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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라는 말은 칭찬이 아닐까?이것저것 2019. 2. 26. 12:00반응형
여성으로 태어나 이제껏 살면서 듣기도 하고
실컷 말하기도 했던 예쁘다라는 말에 대해서
고찰한 것들을 여러분께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형식상의 칭찬이건
진심이 담긴 칭찬이건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을 수 있었는데요
예전에 분명히 기분이 좋았지만
지금은 전혀 그 말을 환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순수한 칭찬이 곧 외모평가가 돼버리는
그 이유를 지금부터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보통 외적인 칭찬으로 여자들은 예쁘다는 말을 주로 듣고
남자들은 잘생겼다, 멋있다 라는 말을 주로 듣고 있잖아요
이 칭찬을 사람이 아닌 사물에다가 한번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와 이 볼펜 진짜 너무 예쁘다
우와 이 볼펜 진짜 잘생겼다
어떤 칭찬이 더 자연스럽게 들리셨나요?
이렇게 예쁘다는 말은 사람이 아닌 사물, 동물에게 써도 전혀 어색함이 없는 말입니다
사물과 동물에다가 멋있다, 잘생겼다라고는 잘 안하죠
예외로 동물에게 멋있다, 잘생겼다라고 할 때는
보통 용, 호랑이, 사자 같은 힘이 세고 듬직하고 용맹함이 느껴지는
권력적인 동물에게 하곤 합니다
단순한 것 같아도 언어라는 것은 곧 인간의 정신을 지배하게 됩니다
이 예쁘다는 언어에는 뭔가 묘한 서열감이 존재하는데요
간단한 비교를 해볼까요?
예쁨 받고 싶어 > 성립
잘생김 받고 싶어 > 오류
예뻐해줘 > 성립
멋져해줘 > 오류
예뻐해줄게 > 성립
멋져해줄게 > 오류
내가 걔 예뻐하잖아 > 성립
내가 걔 잘생겨하잖아 > 오류
예쁘다는 마치 아랫사람에게 애완동물에게 말하는 듯한 서열감이 느껴지시나요?
예쁨이란건 오로지 겉모습
외모에만 이중된 말이고
멋짐이란건 능력에도 해당 되며 얼굴을 몰라도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우와 너 게임 잘해? 되게 멋있다
우와 너 게임 잘해? 되게 예쁘다
예쁘다라는 말은 그 사람의 외모만의 판단하고
평가를 내리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 말이었습니다
예쁘다는 말 대신 점수를 넣어보세요
와 너 얼굴 100점이다 몸매도 99점
너 얼굴은 진짜 누가 봐도 점수 높게 매길걸? 칭찬이야
순수한 마음으로 칭찬해주는 타인의 이 평가는 정확하지도
정당화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자기만족이라고 본인을 예쁘게 꾸미는 행위는
굉장히 주체적이고 내면적인 동기로 시작을 했더라도
예쁘다는 외적인 칭찬을 듣는 건 뭔가 중독성이 있어서
들을수록 더 예뻐 보이기 위한 외적 동기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저희는 화장을 하고 여리여리하고 연약한 여성을
예쁘다는 칭찬해주는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성장하면서 이 사회의 영향을 안받을래야 안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가르쳐주지 않아도 우리는 화장하는 모습을 보곤
그대로 따라 하는 아이들처럼요
그렇게 자란 저희는 예쁘게 꾸미는 행위마저
화장하지 않는 남들에게 희화화되고 조롱받습니다
역시 여자는 쓸데없는 곳에 시간과 돈을 써
얼굴 긁으면 1cm 파일 듯
화장 안하면 누군지 못 알아보겠다
니 화장 지우면 오크
아 내 눈 제발 화장 좀 하고다녀라
화장했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 되냐?
넌 여자가 눈썹 좀 관리해라 지저분해
역시 여자들은 나라 돌아가는 꼴도 모르고 정치, 경제엔 관심도 없어
지들 얼굴 꾸미는 거랑 디저트밖에 관심 없다니까
립스틱 좀 발라 어디 아프냐
저 입술 봐 쥐 잡아 먹었냐?
아니 해도 욕먹고 안 해도 욕먹는 게 어이가 없는거예요
전 이런 사회의 영향에서 벗어나 이제껏 뷰티에서 썼던 시간과 에너지를
제 능력을 키우는 데에 더 집중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제 예쁜 껍데기를 위한 화장, 다이어트, 성형 등으로
상당한 시간과 돈을 소비하게 되는 것은
비생산적으로 비실용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서울 속에 자신, 뷰티에 집중할수록
실재하는 힘과 권력에선 멀어지고 있거든요
원래 저는 예쁘면 고시 삼관왕, 미모는 권력 이라는 말을 믿었습니다
그러나 예쁘단 말은 칭찬이 아니라 품평이었고
그걸 들으며 좋아했었고
사람인 제가 인형취급을 즐겨왔다는 것이 정말 후회 됐습니다
미모가 권력이라는 것은 겉으로만 그래 보이는 가짜, 허상 권력이었습니다
아무리 미모가 출중하고 예뻐도 똑같이 성범죄에 노출되고
곧 결혼해서 임신하고 출산할 가능성에 승진에서 밀리고
첫인상의 호감도는 높을지언정
결국 인기상품 인형으로 소비되며 눈요깃거리가 되더라고요
그런 이 사회를 보면서 차차 생각을 바꾸게 됐어요
멀리 보면 찰나일 이 젊음도
나이 먹고 늙어버리면 폭하고 없어져 버릴 외적인 관심들이잖아요
인형과 애완동물마냥 예쁨, 귀여움을 받고 싶었던 저는
신체에 유채한 화장, 달라붙고 불편한 옷
애교섞인 목소리, 상냥해 보이기 위한 쿠션어
다 큰 성임에도 아기 같은 말투
아무것도 모르는듯한 순진한 눈빛
귀엽고 연약해 보이는 제스쳐와 자세를 하며
그 모습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전 이제 항상 젊고 아름다운 꽃이 아닌 개념녀가 아닌
사람다운 사람으로서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부턴 예쁨을 추구하며 허상 권력을 가지려 하지 않고
실제로 이 사회에 존재하는 힘과 권력을 누리고 당당히 펼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해보려고 합니다
출처 : 유튜브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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